요즘 금융 시장을 보면 참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미국 정부 셧다운이라는 굵직한 악재가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보통 정부가 문을 닫으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마련인데, 시장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흥미로운 역설을 파헤치고, 미국 정부 셧다운이 가져온 혼란 속에서 투자자들이 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정부 셧다운, 대체 무슨 일일까?
가장 먼저, 이번 미국 정부 셧다운 사태의 전말부터 짚어봐야겠죠. 미국 정부는 지난 수요일, 7년 만에 다시 셧다운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발생한 일인데요. 핵심 쟁점은 바로 ‘의료 보조금’입니다. 공화당은 정부를 먼저 재개하고 의료 보조금 문제를 나중에 협상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의료 보조금 지원을 예산안 통과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상원은 수요일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출한 정부 자금 지원 법안을 모두 부결시켰고, 목요일은 욤 키푸르(Yom Kippur) 휴일로 인해 금요일에야 다음 투표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셧다운은 적어도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 동안 연방 공무원들을 해고하고 정부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경고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 셧다운은 단순히 공무원들이 출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정부 서비스가 중단되고,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되며, 이는 곧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이번 셧다운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경제 데이터의 발표를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 셧다운 사례와 시장 반응
미국 정부 셧다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13년과 2018-2019년 셧다운이 있습니다. 2013년에는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문제로 16일간 셧다운이 발생했고, 당시 S&P 500 지수는 약 2% 하락했습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로 35일간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 이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 S&P 500 지수는 약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과거 사례를 보면 셧다운은 대체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는 셧다운 자체의 영향보다는, 셧다운이 야기하는 또 다른 경제적 신호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셧다운 속에서도 빛나는 시장: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자,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와 봅시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왜 주식 시장은 상승세를 보였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강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수요일에 발표된 ADP 민간 고용 보고서가 시장의 이러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민간 부문 고용은 예상과 달리 32,000개 감소했습니다. 이는 전문가들이 51,000개 증가를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죠.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통화 정책을 결정합니다. 고용 시장이 둔화된다는 것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실제로 CME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0월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99%로,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87%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뜻이죠.
고용 둔화와 금리 인하의 메커니즘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왔습니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의 지출을 위축시켜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고, 이는 결국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 미칩니다. 고용 시장이 과열되면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고용 시장의 ‘균형’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번 ADP 보고서처럼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 연준은 더 이상 금리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오히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바로 이 지점을 포착하고 “셧다운은 단기적인 정치적 문제일 뿐,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더 큰 호재가 다가오고 있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고용 시장 둔화라는 신호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요 지수, 사상 최고치를 찍다: S&P 500과 다우의 랠리
이러한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미국 주요 주식 시장 지수들은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는 수요일에 0.3%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6,700선을 돌파했습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1% 가까이 오르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0.4% 상승하며 장 초반의 하락세를 만회했습니다.
시장이 미국 정부 셧다운이라는 악재를 일시적으로 무시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정치적 불확실성보다는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금리 인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여 기업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주와 같이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은 금리 인하 시기에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
물론, 시장이 미국 정부 셧다운의 영향을 영원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셧다운이 장기화될수록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방 정부의 일상적인 업무에 의존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소비 심리 위축, 기업 투자 감소, 그리고 정부 계약 지연 등으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분기당 0.1~0.2%포인트씩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만약 셧다운이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현재의 금리 인하 기대감마저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정치적 해결에 대한 기대와 금리 인하라는 더 큰 그림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자산 시장의 변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 자산과 대체 투자 자산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금(Gold)의 약진: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금 선물 가격은 수요일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금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금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는데, 달러 약세는 금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합니다. 은 선물 역시 지난 분기 29% 상승하며 귀금속 시장의 강세를 뒷받침했습니다.
국채 수익률 하락과 달러 약세
미국 국채 수익률도 수요일에 하락했습니다. 7년 만의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를 매수했기 때문입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11%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4.7%로 하락했습니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국채 매수는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달러 가치를 약화시켜 달러 지수(DX-Y.NYB)는 한 달 만에 가장 긴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과거 셧다운 시기와 유사한 패턴입니다.
비트코인(Bitcoin)의 부상: 대체 자산의 매력
비트코인(BTC-USD) 역시 수요일에 3% 이상 상승하며 한때 118,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투자자들은 10월의 계절적 강세(“Uptober” 현상)와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비트코인을 대체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전통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안전 자산 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기술주 동향: 인텔, 메타, 그리고 AI의 미래
거시 경제적 이슈와 함께 개별 기업들의 소식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기술 기업들은 AI 시대를 맞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텔(Intel)의 반등: 파운드리 사업의 잠재력
인텔(INTC) 주가는 수요일에 6% 상승했습니다. 경쟁사인 AMD(AMD)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보도 때문이었죠. AMD는 현재 주로 대만 TSMC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AMD가 인텔 파운드리의 고객이 된다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메타(Meta)의 AI 전략과 주가 흐름
메타(META) 주가는 수요일에 약 3% 하락하며 최근의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메타는 엔비디아(NVDA)가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코어위브(CoreWeave)와 1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여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서버 시스템에 접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한, 메타는 구글(GOOG)과 인텔 출신 임원들이 설립한 칩 스타트업 리보스(Rivos)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어위브와의 계약은 메타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위해 칩을 구매하는 대신 임대하는 방식에 대한 일부 분석가들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리보스 인수는 메타가 자체 칩 개발 노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맞춤형 칩 개발을 확대하는 추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술 기업들은 핵심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편, 메타는 12월부터 AI 채팅 기록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광고를 추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수익 증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매그니피센트 7(Mag 7) 기술주들은 수요일에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1% 하락했고, 엔비디아와 애플(AAPL)은 소폭 상승, 테슬라(TSLA)는 3% 상승했습니다.
경제 데이터 공백의 그림자: 연준의 고민
미국 정부 셧다운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바로 경제 데이터 발표의 지연입니다. 특히 노동통계국(BLS)이 셧다운 시 모든 운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9월 고용 보고서 발표가 거의 확실하게 연기될 예정입니다.
이 고용 보고서는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연준의 금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준 정책 입안자들은 노동 시장의 균열이 다음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시사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데이터가 제때 나오지 않는다면, 연준은 정책 결정에 있어 ‘눈가리개를 하고 운전하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민간 데이터의 중요성 부각과 연준의 딜레마
정부 데이터의 공백은 ADP 고용 보고서와 같은 민간 경제 데이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셧다운 이전부터 정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 데이터 활용으로의 전환을 언급해왔습니다. 하지만 민간 데이터만으로는 전체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데이터 공백은 연준의 정책 결정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킵니다. 정확한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연준이 중요한 데이터를 놓치게 되면, 정책 오류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준은 이달 말로 예정된 다음 금리 결정 회의에서 이 데이터 공백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됩니다.
결론: 셧다운과 금리 인하, 두 개의 시선
현재 미국 금융 시장은 미국 정부 셧다운이라는 단기적인 정치적 불확실성과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장기적인 통화 정책 기대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입니다. 셧다운은 분명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지만, 시장은 고용 시장 둔화라는 신호를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삼아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셧다운의 장기화 여부, 그리고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하할지, 언제 인하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고용 보고서와 같은 핵심 경제 데이터의 발표 지연은 연준의 의사 결정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 환경에서는 단기적인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거시 경제의 큰 흐름과 연준의 정책 방향을 꾸준히 주시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 단기적인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경제적 파장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장은 언제나 새로운 정보와 기대감을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